설경구에게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가 있고,
전도연에게는 <밀양>이 있습니다.
문소리는 <오아시스>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고, 윤정희는 오랜 공백을 지나 <시>의 미자로 돌아왔습니다.
<버닝>에서는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라는 전혀 다른 개성의 세 배우가 만났습니다.
그리고 2026년 <가능한 사랑>에서는 설경구·전도연이 돌아오고 조인성·조여정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이창동 영화의 역사를 따라가는 또 하나의 재미는 “그가 어떤 배우를 선택했고, 그 배우에게서 어떤 얼굴을 발견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이창동 영화에는 왜 배우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까?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작품의 주제나 연출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설경구의 <박하사탕>, 문소리의 <오아시스>, 전도연의 <밀양>, 윤정희의 <시>가 대표적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창동 감독이 단순히 당대 최고의 스타를 모아 영화를 만드는 방식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이미 유명한 배우에게서 관객이 미처 보지 못했던 얼굴을 끌어내고, 때로는 새로운 배우를 중요한 역할에 과감하게 배치합니다.
<버닝>의 전종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래서 이창동 영화의 배우들을 한꺼번에 살펴보면 감독의 영화세계가 또 다른 방식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창동 영화와 대표 배우 한눈에 보기
| 영화 | 연도 | 주요 배우 | 대표 인물 |
|---|---|---|---|
| 초록물고기 | 1997 | 한석규·심혜진·문성근 | 막동·미애·배태곤 |
| 박하사탕 | 2000 | 설경구·문소리 | 김영호·윤순임 |
| 오아시스 | 2002 | 설경구·문소리 | 홍종두·한공주 |
| 밀양 | 2007 | 전도연·송강호 | 이신애·김종찬 |
| 시 | 2010 | 윤정희 | 양미자 |
| 버닝 | 2018 |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 | 종수·벤·해미 |
| 가능한 사랑 | 2026 |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 미옥·호석·상우·예지 |
1. 한석규|이창동의 첫 장편영화를 이끈 얼굴
이창동 감독의 장편 데뷔작 <초록물고기>의 중심에는 한석규가 있습니다.
한석규가 연기한 막동은 군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이 기억하던 고향과 가족은 이미 달라져 있습니다.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가족 역시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막동은 결국 폭력적인 세계로 들어갑니다.
당시 한석규는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배우였지만 <초록물고기>에서는 화려한 스타보다 변해가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평범한 청년에 가깝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첫 영화부터 이미 중요한 특징이 나타난 셈입니다.
배우보다 인물이 먼저 보이게 만드는 것.
2. 설경구|이창동이 발견한 가장 강렬한 얼굴
이창동 감독과 가장 특별한 인연을 가진 배우를 한 명만 고른다면 설경구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의 대표적인 첫 만남은 <박하사탕>입니다.
설경구가 연기한 김영호는 한국 영화사에서 오래 기억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영화는 절망적인 현재에서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돌리며 한 남자의 과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관객은 거칠고 폭력적인 김영호에게도 전혀 다른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2000년 - 박하사탕
2002년 - 오아시스
2026년 - 가능한 사랑
설경구는 이후 <오아시스>의 홍종두를 연기했고, 무려 24년이 지나 <가능한 사랑>에서 호석으로 다시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이번 호석은 대규모 정리해고와 파업 이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노동자입니다.
<박하사탕>의 김영호와 <가능한 사랑>의 호석은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사건이 한 남자의 내부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3. 문소리|‘박하사탕’에서 ‘오아시스’까지
문소리 역시 이창동 감독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배우입니다.
<박하사탕>에서 윤순임을 연기한 데 이어 <오아시스>에서는 한공주를 맡았습니다.
특히 <오아시스>에서 문소리의 연기는 세계 영화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설경구와 문소리는 사회에서 소외된 두 사람의 관계를 연기합니다.
이창동 감독은 두 사람을 통해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할 자격을 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가?
문소리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을 받았습니다.
4. 전도연|이창동과 함께 칸의 역사를 쓰다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의 첫 장편영화 작업은 2007년 <밀양>입니다.
전도연이 연기한 신애는 남편을 잃은 뒤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비극을 겪으면서 삶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신애라는 인물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슬픔만 표현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실, 절망, 종교적 믿음, 용서, 분노가 한 인물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2007년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년 뒤 전도연은 <가능한 사랑>의 미옥으로 이창동 감독과 다시 만났습니다.
2007년 - 밀양, 신애
↓
19년 후
↓
2026년 - 가능한 사랑, 미옥
이번에는 개인적 비극을 겪는 신애가 아니라 해고 노동자인 남편 호석과 가족의 삶을 함께 견뎌온 미옥입니다.
두 인물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가능한 사랑>의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입니다.
5. 송강호|‘밀양’에서 중심이 아니라 곁에 서다
<밀양>에는 전도연만큼 중요한 또 한 명의 배우가 있습니다.
송강호입니다.
송강호가 연기한 종찬은 신애 주변을 맴돌며 계속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였던 송강호가 영화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애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영웅도 아닙니다.
오히려 옆에 머무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2007년 칸 기자회견에서도 <밀양>을 종교 자체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고통을 겪는 인간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종찬의 역할도 흥미롭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대신 해결할 수는 없어도 곁에 있을 수는 있는가?
송강호의 존재가 영화에 또 다른 온도를 만들어냅니다.
6. 윤정희|16년의 공백을 넘어 ‘시’의 미자가 되다
2010년 <시>의 중심에는 윤정희가 있습니다.
1960~70년대를 대표했던 배우 윤정희는 오랜 연기 공백 이후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돌아왔습니다.
그가 맡은 양미자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노년 여성입니다.
미자는 문화센터에서 시를 배우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합니다.
화려한 연기보다 한 사람의 삶을 오래 관찰하는 듯한 윤정희의 존재감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갑니다.
<시>가 이창동 감독에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안긴 작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7. 유아인|‘버닝’의 분노를 안으로 삼킨 청년
2018년 <버닝>에서는 배우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시 달라집니다.
유아인이 연기한 종수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무언가 답답하고 불안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앞에 벤이 나타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신감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해 보이는 사람입니다.
종수와 벤이 같은 화면에 있을 때 두 배우의 분위기만으로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생깁니다.
유아인의 종수는 분노를 폭발시키기 전까지 오래 품고 있는 청년입니다.
8. 스티븐 연|친절해서 오히려 더 불안한 벤
<버닝>의 벤은 이창동 영화에서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스티븐 연은 벤을 전형적인 악인처럼 연기하지 않습니다.
친절하고 여유롭고 세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합니다.
벤이 실제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관객은 끝까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벤을 통해 단순히 부자를 악인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계급에 사는 사람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9. 전종서|첫 영화부터 이창동의 주인공이 되다
<버닝>에서 가장 파격적인 캐스팅 중 하나는 전종서였습니다.
전종서는 장편영화 데뷔작에서 해미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해미는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외롭고, 밝아 보이면서도 어딘가 불안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집니다.
해미의 존재와 부재가 영화 전체의 미스터리를 움직입니다.
이미 유명한 배우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에게 맞는 새로운 얼굴을 과감하게 선택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칸영화제 공식 자료에도 <버닝>의 주요 배우로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가 함께 기록돼 있습니다.
10. 조인성|‘가능한 사랑’에서 처음 만나는 이창동의 새로운 남자
그리고 2026년 <가능한 사랑>에는 이창동 영화에서 처음 보는 배우가 등장합니다.
조인성입니다.
조인성은 상우를 연기합니다.
상우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의 남편이며, 호석·미옥 부부와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넷플릭스 공식 소개에서도 상우와 예지 부부의 부유한 생활방식이 호석과 미옥의 삶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고 설명합니다.
그동안 대중에게 익숙한 조인성의 이미지가 이창동 감독의 카메라 안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가 상당히 궁금한 부분입니다.
11. 조여정|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사람
조여정 역시 이창동 감독과 처음 장편영화를 함께합니다.
그가 맡은 예지는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예지는 해고 노동자들을 촬영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호석과 미옥 부부의 삶으로 들어갑니다.
이 설정이 흥미로운 이유는 예지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 자신도 결국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기생충>에서 계급의 경계에 놓인 연교를 연기했던 조여정이 이번에는 다른 계급의 삶을 카메라로 바라보는 인물을 맡았다는 점도 재미있는 비교 포인트입니다.
설경구와 전도연이 돌아오고, 조인성과 조여정이 들어왔다
그래서 <가능한 사랑>의 캐스팅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배우 | 이창동 감독과의 관계 | 가능한 사랑 역할 |
|---|---|---|
| 설경구 | 박하사탕·오아시스 이후 재회 | 호석 |
| 전도연 | 밀양 이후 재회 | 미옥 |
| 조인성 | 첫 장편 협업 | 상우 |
| 조여정 | 첫 장편 협업 | 예지 |
즉 이번 영화에는 이창동의 과거와 새로운 얼굴이 동시에 들어 있습니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감독의 대표작을 함께 만든 배우들입니다.
반면 조인성과 조여정은 2026년의 이창동 영화세계에 새롭게 들어오는 배우들입니다.
이 네 사람을 두 부부로 묶었다는 것 자체가 <가능한 사랑>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창동 감독은 어떤 배우를 좋아할까?
필모그래피만으로 감독 개인의 배우 선호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곱 편의 장편영화를 나란히 놓으면 몇 가지 흥미로운 경향은 보입니다.
① 단순한 선인과 악인으로 보이지 않는 얼굴
② 말보다 표정과 침묵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
③ 관객이 이미 알고 있던 스타 이미지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배우
④ 인물의 모순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배우
⑤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는 궁금증을 남길 수 있는 배우
설경구의 김영호, 전도연의 신애, 송강호의 종찬, 유아인의 종수, 스티븐 연의 벤을 떠올려 보면 이 특징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창동 영화는 배우에게 ‘연기 잘하는 장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배우의 연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감정적인 장면을 크게 만드는 영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창동 영화에서는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이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인물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표정.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는 침묵.
상대방을 바라보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
이런 순간들이 쌓여 인물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창동 영화의 배우들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보다 ‘사람처럼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한눈에 보는 이창동 영화의 배우 계보
한석규 · 심혜진 · 문성근
↓
2000 박하사탕
설경구 · 문소리
↓
2002 오아시스
설경구 · 문소리
↓
2007 밀양
전도연 · 송강호
↓
2010 시
윤정희
↓
2018 버닝
유아인 · 스티븐 연 · 전종서
↓
2026 가능한 사랑
전도연 · 설경구 · 조인성 · 조여정
‘가능한 사랑’에서 제가 가장 궁금한 배우는?
네 배우 모두 궁금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인성을 유심히 보고 싶습니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이미 이창동 감독의 영화세계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주는지 우리가 경험했습니다.
조여정 역시 <기생충> 등을 통해 계급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조인성은 이번 작품에서 이창동 감독과 처음 만납니다.
대중에게 익숙한 스타 조인성의 이미지가 얼마나 사라지고 ‘상우라는 한 사람’만 남을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창동 영화에서 배우를 보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FAQ
주요 장편 기준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가능한 사랑>에 출연합니다. 문소리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전도연은 <밀양>과 <가능한 사랑>에서 이창동 감독과 작업했습니다.
2007년 <밀양>입니다. 전도연은 신애 역으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유아인이 종수, 스티븐 연이 벤, 전종서가 해미를 연기했습니다.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입니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과 재회하는 배우이고 조인성과 조여정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장편영화를 함께합니다.
마무리|이창동은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다
이창동 영화의 배우들을 한꺼번에 돌아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보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유명 배우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면 어느 순간 배우의 이름을 잊게 됩니다.
설경구가 아니라 김영호를 보고, 전도연이 아니라 신애를 보고, 유아인이 아니라 종수를 보게 됩니다.
그것이 이창동 감독이 배우를 사용하는 방식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2026년 <가능한 사랑>에서는 더 흥미로운 실험이 시작됩니다.
설경구와 전도연이라는 과거의 얼굴을 다시 불러오면서 동시에 조인성과 조여정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자신의 영화세계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9월 23일 극장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네 배우가 연기를 얼마나 잘했는지가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설경구·전도연·조인성·조여정의 얼굴이 영화가 끝날 때는 얼마나 다른 얼굴로 보이게 될 것인가.
그것이 이번 <가능한 사랑>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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